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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 솔직함이 매력적인 이유 애니메이션 지저귐

극장판 애니메이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이하 <마음이>)를 보고 왔습니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로 유명한 제작진의 오리지널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순수한 오리지널 극장판으로서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흥행을 올렸습니다.

내용은 간단한 듯 하면서 복잡합니다. 어릴 적 수다쟁이였지만 트라우마 때문에 말을 못하게 된 소녀 나루세 준이 문화제 실행위원으로 뽑히면서 뮤지컬을 하게 됩니다. 말은 못해도 노래는 할 수 있던 준은 자기가 하고 싶던 말을 뮤지컬로 바꿔서 전하고 반 친구들과 마음을 열게 됩니다. 하지만 문화제를 앞두고 실연을 당하면서 다시 마음을 닫고, 그래도 짝사랑 상대 사카가미의 설득을 받고 진짜로 자기 마음을 전하기 위해 뮤지컬에 다시 섭니다.

<마음이>의 핵심은 오로지 여주인공 나루세 준의 캐릭터에 있습니다. 준의 캐릭터가 흥미로운 점은 말을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말은 못하는데 사실은 수다쟁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항상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지만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배가 아파져서 말을 못합니다. 말 때문에 상처 입을까봐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것입니다.

나루세의 캐릭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말하는 것을 누구보다 두려워하는 그녀가 사실 누구보다도 솔직한 캐릭터라는 점입니다. 나루세는 마치 아이 같습니다. 하는 말이 직설적이고 솔직한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루세가 하는 말과 행동은 사람들을 끌어당깁니다. 사람들은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문제에 부딪히면 회피하기 마련입니다. 작중 또다른 주연들인 사카가미, 니토, 타자키 등도 전부 그렇습니다. 중요한 문제에서 눈을 돌리고 조용히 다른 길로 돌아가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놔둬버립니다. 그러나 나루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려워하는 문제에 항상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그 결과 깨져서 말조차 못하게 되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솔직하게 도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이 아이를 동경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루세가 모두와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성장하는 전개는 멋있었지만 역시 연애노선의 결말은 시원찮습니다. 사카가미가 대체 왜 나루세를 놔두고 니토를 좋아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나루세는 사카가미가 지닌 트라우마를 치유해주기 위해 온갖 도움을 줬지만 니토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사카가미가 가장 힘들어 할 때 도망치기나 했습니다. 도대체 나루세에게는 없고 니토에게는 있는 매력이 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작진은 아마도 나루세가 실연당할 것을 알면서도 자기 마음을 전하는 전개를 통해, '말 때문에 상처를 입더라도 말을 전해야 한다.'라는 주제를 전하고 싶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주제도 좋긴 하지만 좀 더 설득력 있고 공감 가는 전개는 없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마침 이 애니의 주제이기도 하니, 하고 싶은 말을 솔직히 말하자면, 이딴 결말은 맘에 안 듭니다.

하지만 연애물로서는 어쨌든, 실연의 아픔을 딛고 나루세가 성장하는 성장물로서의 결말은 최고였습니다. 저도 나루세처럼 자신을 억누르는 공포를 깨고 한 발짝 성장하고 싶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고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in <데미안> (헤르만 헤세 作)


P.S. 나루세를 두고 '목소리가 예쁘다'라는 표현이 수없이 나오는데, 나루세보다 니토의 목소리가 더 예쁘다는 건 저만 드는 생각일까요?

덧글

  • 이글 2016/04/10 16:09 # 답글

    영화에서는 사카가미와 니토의 예전 이야기가 안 나오나 보군요? 아노하나 때도 구원의 대상과 러브 라인(?)의 히로인은 별개였으니 이번에도 공평하게 보상을 나눠준 것이 아닐까 싶네요
  • 붉은박쥐 2016/04/10 22:41 #

    영화에서 안 나오기는 하는데, 코믹스라면 이미 봤습니다. 그래도 납득 안 가던데요. 당시 니토 사정이 이해할 만하긴 하지만 어쨌든 니토 잘못으로 헤어진 거 맞는데...

    니토도 좋긴 하지만 나루세를 놔두고 선택할 만한 캐릭터로는 안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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