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저귀는 박쥐동굴

redbat.egloos.com

포토로그



<주토피아> - '이상향'은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영화 지저귐

<주토피아>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사람처럼 진화하여 다함께 사는 이상의 도시 '주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인 토끼 경관 주디 홉스가 여우 사기꾼 닉 와일드와 힘을 합쳐, 일부 동물들이 야생 동물로 돌아가는 괴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토피아>가 시작하자마자 '동물들이 진화하여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경계가 사라졌다'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눈길을 끕니다. 서두부터 공개되는 이 설정이 바로 <주토피아>의 핵심입니다.

흔히 인간 사회의 경쟁과 분쟁을 동물들의 생존경쟁에 비유합니다. 살기 위해서 서로 먹고 먹히는 동물의 본성이 싸움의 본질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라는 뜻이죠. 그렇게 해석하면 포식이 사라졌다는 <주토피아>의 설정은 '다툼이 사라진 이상 사회'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셈이 됩니다.

그렇게 보면 주인공 주디의 직업이 경찰인 이유도 이해가 잘 됩니다. 경찰은 치안을 유지하는 직업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싸움을 막는 직업이지요. 다시 말해 '주토피아'의 이상을 몸으로 수행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나 주디의 생각과 달리 '주토피아'는 이상향이 아니었습니다. '주토피아'에서도 역시 차별과 분쟁은 존재했습니다. 작중 인물인 '미스터 빅'은 "진화를 했더라도 우리에겐 동물의 본성이 남아있다."라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간이 아무리 진화한 것처럼 보여도 생존경쟁을 위해 싸우는 동물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그것이 존재하는 한 싸움도 사라지지 않음을 함축한 대사입니다.

'주토피아'만이 아니라 주디 홉스 역시 이상적인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육식동물에게 차별받은 초식동물을 돕기 위해서 야수화 사건을 맡아 해결했지만, 사건에 대해 인터뷰하던 주디는 저도 모르게 육식동물에 대한 편견을 털어놓고 맙니다. 이는 초식동물에게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 닉의 마음에 상처를 주며, 더 나아가 주토피아 전체에 육식동물에 대한 차별을 불러일으키고 맙니다. 차별에서 벗어난 깨우친 주인공처럼 보였던 주디 역시, 태생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적 인물임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렇듯 <주토피아>는 진정한 이상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인 것은 아닙니다. <주토피아>가 진정으로 말하는 주제는 그런 현실을 직시해야만 진정한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주디는 경찰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자신의 활약에 감명받은 부모님이 차별을 버리고 여우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비록 이상적인 경찰은 아니지만, 그런 자신도 세상을 좋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후 주디는 주토피아로 돌아가 닉에게 사과하고는 함께 야수화 사건의 진범을 찾아내어 주토피아의 혼란을 바로잡습니다. 현실에 한 번 좌절해서 도망쳤던 주디가, 다시 현실을 직시하고 이상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간 것입니다.

이 세상은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문제가 가득합니다. 그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세상이 이상적이라는 착각에 빠져사는 사람도 있고, 그 사실에 좌절해서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에 좌절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자는 초반의 주디 같은 사람이고, 후자는 초반의 닉 같은 사람이지요. 그러나 진정으로 이상적인 사회(유토피아)를 원한다면,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해야합니다. 이상향은 노력과 성찰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