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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에 대한 비판 - 게임의 본질 라이트노벨 지저귐

얼마 전에 애니메이션 <건담 빌드 파이터즈>(이하 <건빌파>)를 시청했습니다. 건프라(건담 프라모델)을 조종해서 벌이는 가상의 스포츠 '건프라 배틀'을 소재로 한 깔끔한 내용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가볍고 즐거운 내용이면서도 명확한 주제를 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건빌파>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던 중에, 일전에 감상한 <소드 아트 온라인>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 이번 글을 적어봅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이하 <소아온>)은 게임 개발자 '카야바 아키히토'의 계획에 의해 온라인 게임 '소드 아트 온라인'에 수천 명이 갇혀 진짜로 목숨을 건 게임 플레이를 강요받는 세계 속에서 주인공 '키리토'가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라이트 노벨입니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2012년부터 애니메이션화가 시작된 이후 그야말로 업계 최고라고 할 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소아온>에 대한 소개는 이쯤 하고, <건빌파>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건빌파>에는 무척 인상 깊은 대사와 장면이 많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많은 팬들이 명대사로 꼽는 대사는 6화에 나온 '랄 씨'의 대사입니다. 당시 놀이일 뿐인 건프라 배틀을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에 공감하지 못하고 빈정거리던 주인공 '레이지'에게 랄 씨는 다음과 같은 대사를 말합니다.

"건프라 제작도 건프라 배틀도 취미의 영역. <기동전사 건담>의 작품 속처럼 전쟁도 아니고 목숨을 걸 필요도 없다. 어차피 놀이일 뿐이라는 말이 맞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람들은 건프라에도 배틀에도 빠질 수 있는 거다. 좋아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거지."

이는 건프라 배틀만이 아니라 모든 놀이, 즉 '게임'의 본질을 꿰뚫는 대사입니다. 사람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거기에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거나 해야 만 하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특별한 것이 없는 '단순한 놀이'일 뿐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런 고민도 부담도 없이 전력으로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아온>에는 이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대사가 나옵니다. 카야바 아키히토의 대사인 "이것은 게임이지만 놀이가 아니다."라는 대사입니다. 실제로 '소드 아트 온라인'의 세계는 놀이가 아니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쟁입니다. 몬스터 사냥하러 가는 일을 절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없으며, HP가 깎여나가는 상황마다 목숨이 걸린 중압감을 느껴야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키리토는 그것을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빨리 적응한 인물입니다. 애니메이션 1기 13화에서 아스나가 말하듯이, 키리토에게 있어서 '소드 아트 온라인'의 세계는 놀이가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로그아웃이 불가능하고 게임 오버가 죽음으로 직결되는 '소드 아트 온라인'이란 공간적 특성 때문이라고 누군가가 반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부 마지막에서 게임 속에 살아있는 세계를 건축하려고 했던 카야바 아키히코의 꿈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부 마지막에 와서는 카야바가 개발한 시스템을 발전시켜 게임 속 공간에 새로운 삶의 공간을 조성하고 있고, 3부에 가서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접목시키는 단계까지 갑니다.

이렇듯 주인공인 키리토는 분명히 게임을 '놀이'가 아니게 만드는 장본인이며, 따라서 <소아온>이란 작품 자체가 게임에 '놀이 이상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아온>은 게임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게임의 목적은 즐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게임은 목숨을 걸지도 않고 심각한 의미가 있지도 않은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아온>은 게임에 '놀이 이상의 의미'를 추구하여 게임을 가볍게 즐길 수 없는 물건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게임을 근본부터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소아온>을 보다 보면 작가가 게임이 놀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의심이 듭니다. 이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액셀 월드>를 함께 보면 더욱 뚜렷해집니다. <액셀 월드>는 게임만 하던 소년 '아리타 하루유키'가 미소녀 게이머 '흑설공주'와 만나, 얻은 점수에 따라 시간을 가속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게임 '브레인 버스트'의 세계에서 싸우게 되는 라이트노벨입니다.

두 작품은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내용 같지만, 따지고 보면 '게임만이 특기인 주인공이, 게임 실력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계에 우연히 떨어지게 되어 활약하게 된다.'라는 이야기의 큰 줄기는 똑같습니다. 이 점은 <소아온>보다도 <액셀 월드>가 더욱 노골적입니다. 얼굴도 잘 생기고 교우관계도 좋은 키리토와 달리 하루유키는 땅딸막한 키에 통통하게 생겼고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입니다. 그야말로 단지 게임을 잘 한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을 역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여주인공 흑설공주는 주인공 하루유키의 게임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반하게 되며 화룡정점을 찍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게임 실력만으로 현실에서 인생이 펴지는 사람은 실제로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소아온>과 <액셀 월드>는 대리만족형 소설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게임은 잘 하지만 다른 특기는 없는 수많은 게이머 독자들에게 "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도 있고 자기 자신도 발전시킬 수 있는 훌륭한 것이야. 그러니 다른 것은 못해도 게임은 잘 하는 나는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 결과 작가가 <소아온>과 <액셀 월드>에서 묘사하는 게임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물건이 되어버렸고, 도저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없는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정작 현실에서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를 부정하는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지, 게임을 해야만 하는 필사적인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통해서 무슨 이득을 벌려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게임은 놀이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게임은 진지하게 임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소아온>과 <액셀 월드>는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작가가 이런 사실을 명심하며 작품을 썼다면 어떤 작품이 되었을지 상상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덧글

  • 지나가는 2015/01/17 10:58 # 삭제 답글

    버트란트 러셀이 놀이는 아무의미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말한적 있죠.
  • 111111 2015/01/17 13:10 # 삭제 답글

    흔해터진 남정내 뽕빨물이 왜이리 인기가 많은지 노이해
  • 조욱하 2015/01/17 13:17 # 답글

    놀이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해한 <호모 루덴스>가 생각나는 글이었습니다.
    또한 억압에서 초월하여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성을 강조하며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운 유희를 긍정한 니체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게임이지만, 놀이가 아니다"라는 말로 상징되는 소드 아트 온라인은 자유로운 유희인 게임에서 현실의 육체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다른 형식으로 인간을 속박하는 것이 된 게임임을 보여주면서, 게임이라는 것이 가지는 가능성을 억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exnoy 2015/01/17 13:53 # 답글

    그래서인가 소아온 보면서 왠지 모르게 계속 찝찝했더랬죠.

    그거와는 별개로 빌파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블로그 프사가 아세무네요. 에이지도 빌파 시리즈에 나오길 기원해 봅니다.
  • 붉은박쥐 2015/01/18 06:15 #

    저작권이 꼬여가지고 에이지는 못 나온다는 말이 있더군요.
  • 루루카 2015/01/17 14:44 # 답글

    개인차가 아닐까 싶네요.

    그냥, "게임"이라는 것에 한정지어서 그 자체로 즐기면 될걸 왜 그리 복잡하게 혹은 사회까지 연결해나가는지에 불만을 품을 수도 있고, 단순 게임이 아니라 게임을 시작으로 가상 현실과 현실이 엮이는 다양한 접점과 사회 현상에 대한(상당히 제한적이고 부족한 점이 많긴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즐길 수도 있으니까요. 전 오히려 그런 관점에서 <소드 아트 온라인>과 <액셀월드>에 점수를 주는 편이라서요.

    반대로, <건담 빌드 파이터즈 트라이>의 경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아동물로서 건담간의 전투를 즐긴다는 관점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것들이 엮여서 도리어 불편하고 점점 보지 않게 되더군요. (단, 1기는 신선했어요. 괜히 이거저거 집어넣어서 복잡해진 2기의 경우죠.)
  • 붉은박쥐 2015/01/18 06:09 #

    저도 <소아온>과 <액셀 월드>가 가진 모든 면을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상현실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아이디어는 제법 괜찮다고 봅니다.

    제가 불만인 부분은 게임을 사회와 연결했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활약하는 것이 사회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현실 속의 인간인 주제에 가상현실에서 더 살아가고 싶어하는 태도'라고 할까요? 그 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가상현실 속의 성공을 현실 속의 성공까지 연결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부분이 영 거슬리더군요.

    <소아온>과 <액셀 월드>가 잘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고 좋은 내용이라고도 생각합니다. 98% 정도는 훌륭했습니다. 그저 가장 중요한 2%가 제가 볼 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건빌파 트라이>는 저도 기대 이하였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말한 것은 1기 뿐이지요.
  • 암흑요정 2015/01/17 15:06 # 답글

    다크나이트의 죠커가 한 대사가 생각나네요?
  • 게임이 산소 2015/01/17 15:15 # 답글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한번 죽으면 다시 할 수없는 하드코어모드가 아닌 게임을 주인공이 하고있으면 그 주인공이 긴장감을 가질리가 없죠
    실제 우리들이 게임할때 목숨을 걸지않듯 말이죠
    주인공들이 목숨이 걸려있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그걸 묘사함으로써 독자들도 감정이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빌파 같은 경우는 중도하차해서 잘 기억나지 않지만 라이벌전 이라던가, 저런 비겁한 상대에겐 지고싶지 않아 같은 걸로 주인공들에게 대회우승 이외에 매경기 의욕을 심어줬던걸로 기억합니다

    말이 길어지니 저도 헷갈리네요 헛소리로 넘기십시오 깔깔
  • 붉은박쥐 2015/01/18 06:24 #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무척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비판점은 그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갖고 한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연결되어 버린 것입니다.

    만약 마지막에 키리토가 카야바의 꿈을 반박하고 부정하는 결말이었다면 완벽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설명출 2015/01/17 18:42 # 삭제 답글

    소드아트온라인 연재판 결말이
    가상현실게임에서 "로그아웃"못하는 상황에서 가속으로 수백년을 살다가 그 가상현실게임 속에서 게임을 만들고 현실이라는 게임으로 "로그인"하는것으로 끝이남.
    이 경우는 게임소설이 아니라 게임이 소재인 소설일뿐 근본적으로 SF라고 봐야할듯
  • rumic71 2015/01/17 19:23 # 답글

    한국 양판소에서 이미 한 차례 쓸고 지나간 테마입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죠.
  • 2015/07/11 10:48 # 삭제 답글

    엑셀 소아온 인명경시 게임중독 양아치 같은 쓰레기같은 작품이 편집부를 거쳐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
  • 뭐... 2017/02/06 18:06 # 삭제 답글

    소아온에 대해 비판한다는 주제가 보여서 일단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났던 게 '나무위키의 소아온/비판' 항목과 '디시위키의 소아온에 대한 비판적 시각글' 이었습니다.
    특히 디시위키에 서술된 비판은 어투가 험악(...)해서 문제지 그런 점만 걸러내서 보면 현재까지 논의된 비판들의 정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나무위키쪽 비판 항목에 여기 이 블로그와 연결된 하이퍼링크가 있는데, 만약에 블로그 접속자 문제 발생 등의 연유로 원치 않으시다면 들려서 확인하세요...
  • 2017/02/22 14:32 # 삭제 답글

    소드 아트 온라인식 가치관을 다른 게임에 주입하면 배틀필드 1의 첫 캠페인에서는 플레이어들이 끝없이 죽어가야하고 특수 병과 하려면 더워도 갑옷과 방독면이랑 방화 코트같은거 다 입어야하고 SCP-격리 실패같은걸 하면 얼마나 죽어야하는건가요?
  • ㅁㅁ 2017/04/02 14:40 # 삭제 답글

    소아온 극장판 보고 '얼마나 평가가 쓰레기같은지 볼까?'하고 나뮈키 보다 들릅니다,

    저도 소아온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지만, 진지한 게이밍이 없는 건 아닙니다,

    '게임=놀이' 라는 명제에도 동의하기 힘들고요.

    예를 들어 인형놀이는 놀이이면서 게임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의 취미생활은 다 놀이죠. 놀이이기 때문에 진지한 태도가 작동하는 부분까지 포함해서요.

    반면 프로게이머들의 활동은 게이밍이면서 놀이가 아닙니다. 그들은 정말로 현실 세계에서 목숨을 걸고 게임에 임하죠. 그들의 활동은 노동처럼 진지하며, 그 대가인 경제적 보상도 있습니다, 그들이 대회 등 중요한 경기를 지고 흘리는 눈물엔, 이기고 싶었던 필사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소아온은 게임을 다루는 작품 자체가 아닙니다. 단지 극적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양념으로 게임이란 소재를 가져다 썼을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요. 소아온의 문제는 게임 그런 게 아니라, 중대한 재해에 대한 작가의 얄팍한 태도가 등장인물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수도없이 드러난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존다리안 2017/06/19 15:00 # 답글

    그러고 보니 게임이기에 스포츠이기에 목숨 걸 정도로 진지할 필요가 없어서 좋은 작품이 된 예가
    바로 걸판

    뭐 전차도가 위험하지 않은가 하는 건 환상의 카본 코팅이 있으니 픽션적으로 뭐 그러니 저러니
    넘어가고 전쟁물의 소재였던 전차를 스포츠물 소재로 바꿔 옮겼다는 점에서 걸판의 대단함이
    있지 않나 싶군요.
  • 아그망 2019/05/25 16:31 # 삭제 답글

    4년전 글에 이제와서 죄송합니다. 지금은 생각도 달라지셨을지 모르고 솔직히 이런 옛날글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이것만큼은 꼭 지적하고 싶어서요.

    ㅁㅁ님의 말씀에도 동의합니다만 게임의 본질이 어떻고 결말이 어때야 하고, 전부 작성자님의 취향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래야 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헌법조차 대다수의 인간에 의한 기호에 지나지 않는 개념인데 게임의 정의라면 오죽할까요. 덧붙여 제 개인적인 작품에 대한 정의는 '재미'입니다. 만약 작가분이 작성자분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졌었다면 소아온은 무시무시하게 지루한 3류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어떠한 창작을 하겠다는 동기부여조차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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